통증과 가려움이 심하게 나타나는 켈로이드 환자의 섬유조직을 구현한 ‘인간화 동물모델’이 개발됐다. 인간에게만 나타나 동물실험을 진행하기 어려웠던 켈로이드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톨릭대 의대는 21일 조미라 의생명과학교실 교수, 이중호 부천성모병원 성형외과 교수, 이아람 의생명과학과 박사과정생, 이선영 가톨릭류마티스연구센터 박사 연구팀이 켈로이드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섬유조직의 악화 및 증식을 구현하는 인간화 동물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를 통해 IL-17 등 면역세포 유래 사이토카인과 T림프구의 활성이 켈로이드 조직 병증에 직접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타깃 약물 발굴에 나섰으나, 켈로이드 질환이 동물(쥐) 피부 조직에서 잘 구현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켈로이드 질환은 상처 치유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섬유화 반응으로 상처나 수술의 흉터가 커지는 병이다. 통증, 심한 가려움, 외관상 변화 등으로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저해된다. 아직 켈로이드 질환의 원인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다.
이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에 여러 제약이 있는데, 특히 질환을 모사할 수 있는 인비보(in vivo) 모델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연구의 한계였다. 인비보는 약물 투여 등이 동물 내에서 어떤 변화를 유도하는지 검토하는 동물 실험을 의미한다.
동물 실험이 어려운 이유는 이 질환이 인간에게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연구에 사용되는 쥐, 토끼, 개 등의 동물에서 켈로이드 질환을 유발시키기 어렵다는 것.
켈로이드 조직을 면역결핍 쥐모델에게 이식해 생체 내에서 켈로이드 조직의 변화를 관찰하는 전임상 연구가 진행돼오긴 했지만, 면역세포가 결핍된 동물 조직에 이식했기 때문에 켈로이드 질환에서 보이는 만성 염증 반응을 구현할 수 없었다. 켈로이드 악화 요인인 섬유 모세포와 면역세포 간 상호작용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연구팀이 켈로이드 질환을 모사할 수 있는 전임상 동물모델 개발에 나섰다. 연구팀은 켈로이드 환자에서 채취한 혈액 면역세포를 면역결핍 쥐모델에게 이식해 환자의 면역세포가 쥐 혈액 내에 생착된 것을 확인했다. 이후 같은 켈로이드 환자의 조직을 이식하자, 이식 부위 주변으로 환자의 면역세포가 침윤되고 염증반응이 일어나 환자의 섬유화 조직이 증식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증식된 섬유화 조직 내에서 면역 염색을 실행한 결과, 실제 켈로이드 환자의 조직과 유사하게 SDF-1, CCL2와 같은 케모카인이 높게 발현됐다. 케모카인은 면역세포들을 침입원이 있는 곳으로 모이게 하는 주화성을 지닌 단백질이다. IL-17/Th17 세포의 침윤이 증가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면역세포와 섬유아세포 간 상호작용에 의한 만성 염증 반응은 켈로이드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비정상적인 섬유 조직의 증식이 실험동물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번에 제시한 동물실험 모델을 통해 켈로이드의 다양한 세포 메커니즘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조미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켈로이드 메커니즘이나 치료제 검증을 위한 다양한 연구에서 환자 모사 아바타 모델이 활용될 수 있다면 켈로이드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구팀은 켈로이드 환자에게 나타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부전과 병적 대사에 관한 후속 연구도 제시하고 있다. 난치성 질환인 켈로이드 치료제 개발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자매지 ‘실험 및 분자의학’ 저널에 지난 8월 게재됐다.